04월 04일.

999cc의 경승용차. 1880만원의 기본사양을 시승차로 받았다.
다임러AG(메르세데스-벤츠라고 이해하면 편함)에서 제작되지만 과거를 따지자면 벤츠와 스와치가 합작한 경승용차 프로젝트다.

0.6리터급 엔진을 장착한 스마트 포투(fortwo)가 1리터급 엔진으로 다시 태어났고 4인승 포포(forfour), 로드스터는 사라졌다. 스마트 라인중에 돈될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사라진 셈.

마티즈, 모닝과 같은 경차라지만 운전석에 들어서면 색다른 느낌이다. 한국의 모든 경차는 4개의 의자를 고집하지만 스마트는 단지 두개, 덕분에 넉넉하다. 의자를 뒤로 끝까지 밀면 성인여성의 발끝이 앞에 닿지 않을 정도. 둘만 앉기때문에 작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넉넉하다.

좌우공간도 1595mm로 경차중에 가장 넓다. 현행 경차기준 1600mm에 딱 들어맞는 차로 지난해까지 1500mm의 경차기준엔 적합하지 못했다. (경차의 폭과 등록, 취득세 얘긴 나중에 또 할것이 있다) 하지만 올해 바뀐 규정이 스마트를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만들었다.

시동을 걸고 도로로 나선다. 네가지 놀라운점을 즉시 발견하게 된다.

첫째, 열쇠꼽는곳을 찾아야한다. 핸들의 좌우측에는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 변속기어봉 아래쪽에 작은 구멍이 있는데 바로 그곳이 키를 꼽는곳이다.

둘째, 사이드브레이크를 내리고 자동변속기를 드라이버(D)모드로 변경하려했다. 어랏? D가 없다. 기어봉에 표시된것은 N, R, +, - 이것이 전부다. 주차에 사용하는 P모드도 없다. 당황스럽다. 우측의 N에서 좌측으로 기어래버를 옮기면 LCD화면에 A라고 표시된다. 이것이 자동변속모드다. 변속기 옆에 붙은 버튼을 누르면 수동변속모드로 바뀌고 위로 올릴때 1, 2, 3, 4, 5로 변속, 내리면 거꾸로 변속된다.

또 특이한것은 변속충격이 있다는 점. 수동변속을 위주로 사용할 경우를 고려한 것인지 연비를 위해 특수한 변속기를 사용하는지 좀 더 알아봐야겠다. 건식 자동변속기라는게 있다던데 혹시 이건가.

셋째, 정말 반갑고 놀랍다. 핸들이 무려 '노 파워스티어링'이다. 15년전 프라이드에 달려있었고 10년전 봉고트럭에 달려있던 핸들, 군 운전병시절 2.5톤 트럭 핸들을 돌리느라 악셀레이터를 살살살 밟아주며 조금씩 움직이던게 생각난다.

파워스티어링이 아니므로 정지상태에선 핸들이 무겁다. 왠만한 총각들도 돌리기 쉽지않다. 옵션에 있다하니 장착하면 그만이지만 두개의 에어백과 ABS, TCS와 같은 최첨단 안전장치가 부착된 차에 파워스티어링이 없다니 한국차에 익숙한 입장에선 놀랄 따름. 그치만 좋아보이는면은 안전옵션은 모두 기본, 편의장비는 오디오, 파워스티어링, 에어콘까지 옵션이다.

넷째, 브레이크가 밀리는건가? 딱딱하다. 하지만 밀리는게 아니다. 깜짝놀랄정도로 확! 잡아준다. 다만 초기 감각이 일반 승용차와 다르다. 페달의 느낌이 무겁고 딱딱하다고 표현하는게 옳다. 하지만 반나절정도 운전하니 적응되고 편안하게 브레이킹이 가능해진다.

짧은 휠 베이스로 인해 통통튀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덕분에 유턴, 주차시 엄청난 장점이 있다. 앞바퀴에서 10cm만 나가면 앞범퍼 끝이고 뒷바퀴에서 10cm만 나가면 뒷범퍼 끝이다. 운전석에 앉아 닿는거 아닐까? 하는 거리를 내려서 보면 닿기는 커녕 넉넉하다.

고속도로에 올라가보았다. 떠도는 소문에 유럽에서 스마트는 고속도로 통행금지라는 얘기도 있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었지만... 그순간 뒤에서 마티즈가 추월한다. 빨간색 마티즈, 0.7리터급 . . . 스마트보다 한참 작은 파워다. 용기를 얻어 과감하게 밟았다. 100km/h를 넘어 쭉쭉 달려간다. 옆에서 부는 바람에 밀리는 느낌도 있지만 코란도도 윈스톰도 봉고도 고속버스도 다 휘청할것이다.

일반적 시승이라면 최고속에도 슬쩍 도전해보고 차들사이를 칼질하며 뽐내 보기도 할것인데 시승이 매우 얌전하다. 딱 여기까지라는 기준을 차가 몸소 전해준다. 무리한 코너링을 들어가지 않게 적당히 딱딱한 서스펜션이 미리미리 불안감을 조성해준다. 너무 과속하지 않게 엔진소음이 미리미리 자제시켜준다. 한박자 느리고 충격마저있는 변속기는 무리한 추월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마티즈들의 추월에 살짝 맘이 상했지만 내차가 아니라 추월경쟁을 벌이지는 않았다. 수동모드로 바꿔 한판 붙는다면 지지 않을 확신은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느긋하게 고속도로를 달리고 저녁늦게 주유 경고등이 켜져 기름을 넣었다. 1,600원쯤 하는 휘발유 3만원어치를 넣으니 3/4이 채워진다. 어림잡아 계산해보니 연비는 1리터에 18km정도. 고속도로와 시내를 3:7의 비율로 했고 시승이라고 조금은 가혹하게 괴롭히고 공회전도 했으니 일반적 환경에선 20km는 충분히 나오것이다.

마티즈에 추월당했던 우울함도 잠시 휘발유값을 보고 금새 뿌듯해진다. 오늘 하루 '무슨차에요?' 5번, '얼마에요?' 4번, '어머나 저차봐!!' 8번쯤, '힐끗 구경하기' 50번쯤, '손가락질하며 구경하기' 20번쯤 당했다. 점심먹고 나오니 스마트를 둥글게 둘러싼 직장인들이 자기들끼리 토론이다.

"이차는 경차고 차값은 1,800만원쯤. 그리고 휘발유를 먹고 1리터에 20km쯤 가요. 어디꺼냐구요? 독일산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차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안전이요? 벤츠 E클래스랑 맞먹는 안전성이 있어요."
내일 시승때는 아무래도 차 뒤에 써붙여야겠다.

경차특집을 기획해서 여러 수입경차를 소개했는데 사정상 스마트편만 기사로 출고됐다. 어찌됐건 출고된 다음날 하루에만 4건의 계약이 성사됐고 (그동안 하루에 한건정도였다는군요) 문의전화가 빗발쳐 당황스럽다고 한다.

원산지, 가격, 성능 다 제껴두고라도 우리나라 경차가 배웠으면 하는게 있다. 바로 '안전 !!' , 오디오, 에어컨 심지어 파워스티어링도 옵션이지만 두개의 에어백과 ABS, TCS등 안전기능은 기본장착이다. 차체 강성도 뛰어나고 엔진은 뒤에있어 정면충돌시 승객을 덮치지 않는다.

경차를 수입차까지 탈 필요가 있겠냐고 묻는 사람 분명 있겠지만 내가 수입경차를 소개한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 경차가 수입경차처럼 안전하고 신뢰받는 차가 되길 원해서다. 돈이 없어 경차를 선택했다는 인식이 아니라 시내주행과 환경 그리고 용도에 적합하게 합리적 소비를 하는 문화가 자동차에도 이어지길 바란다. 돈이 많은 사람도 경차를 타고 안전하고 우아하게 시내를 달릴 수 있도록 멋진 경차가 나오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Posted by 매일매일 달려 이다일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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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9 2008/08/05 0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합리적 자동차 문화를 한다면 스마트를 끌고 고속도로에 나가는 일은 하지 않으셨어야죠...
    한국에서 너무나도 과대평가된차죠

    • 신선 2009/01/18 1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륜차도 고속도로 달리는데 스마트는 안된다?
      작은 차는 싼차라는 생각부터 고쳐야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