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달 말 벤츠 C230 아방가르드 모델을 시승했다. 벤츠 C클래스에 속하는 소형세단으로 2.5리터급 V6엔진에서 204마력의 출력을 낸다. 7단 자동변속기를 채용했고 스포츠 세단을 강조하기 위해 AMG 패키지를 채용했다.
차체의 크기는 BMW의 3시리즈, 렉서스의 IS와 비슷하고 트림마다 차이는 있지만 가격대 역시 비슷한 수준, 게다가 각 차종 모두 스포츠세단을 선호하는 젊은층을 공략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겐 비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세 차종 모두를 시승해본 기자의 관점에서는 각각의 차량마다 특징을 느낄 수 있다. 렉서스의 IS250은 조용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가졌고 BMW320은 뛰어난 코너링과 가속페달의 응답성이 좋아 운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번에 시승한 벤츠 C230은 렉서스와 BMW를 모두 껴안은 듯 양면성을 가졌다. 코너를 움켜쥐며 나가는 모습은 BMW 못지 않았고 편안한 승차감과 부드러운 가속은 렉서스 못지 않았다. 아마도 전자제어 콤프레셔 방식인 엔진이 2800rpm에서 최대출력이 나오기 때문에 출발이 조금 더딘 느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달리기 시작하면 힘이 뿜어져 나온다. 또한 ‘어질리티 콘트롤’ 을 사용해 쇽업소버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것은 운전 패턴에 따라 편안함과 스포티함의 양면성을 가지게 한다.
시승을 위해 차를 받은날은 막바지 겨울의 눈이 한꺼번에 쏟아져 최악의 도로상황이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일 수록 좋은차는 빛이나게 마련.
한적한 도로에 올라 과격한 핸들링으로 미끄러지는 재미를 느꼈다. 하루종일 내린 눈으로 얼어있는 도로는 차의 자세를 유지해주는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를 테스트하기 적격. 핸들을 살짝 꺽어보니 뒷바퀴가 밀리는 느낌이 든다. 잠시나마 ‘왜 작동을 안하지?’하는순간 드르륵 하는 ABS의 느낌과 함께 ESP가 작동한다.
코너에 진입하며 오버스티어를 일으켜봤다. 살짝살짝 빠져나갈듯이 뒷부분이 미끄러진다. 눈이 쌓인 이유도 있겠지만 완벽하게 짜여진듯 제어를 하는 렉서스와 달리 살짝 미끄러지면서 코너를 빠져나가는 맛이 새롭다. 렉서스가 디지털로 꼼꼼하게 짜여진 느낌이라면 벤츠는 아날로그의 기술이 느껴지는 차다.
미끄러운 길때문에 속력을 내지 못했다. 서울시내의 간선도로를 80km로 느긋하게 달리니 V6엔진의 부드러운 가속과 함께 단단한 하체가 맞물려 편안하다.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이름처럼 명차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외관의 변신은 파격적이다. 아방가르드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상징인 엠블럼이 본넷 위에서 사라졌다. 대신 SLK, SL클래스의 쿠페모델에 적용됐던 라디에이터 그릴과 패밀리 룩을 이뤄 스포츠세단의 강렬함과 어울린다. 또한 국내출시된 C클래스는 에어댐을 비롯한 AMG의 스포츠 패키지가 장착되어 보다 역동적으로 보인다.
실내는 이전 모델에 비해 넓어졌다고 하지만 그다지 넉넉하지는 않다. 국산차로 보면 아반떼와 비슷한 크기다. 넉넉하진 않지만 성인 네명이 타기에 무리가 없고 역시 그다지 넓지 않은 트렁크는 골프백 두개가 겨우 들어갈 정도다.
대시보드의 버튼들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묻어난다. 블루투스 내장의 오디오는 휴대폰과 연결되며 우측면의 키패드를 이용해 전화를 걸 수 있다. 공조시스템은 하단에 위치했다. 겉모습은 아날로그 그대로인데 듀얼에어콘을 적용했고 직관적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야간에 오디오를 끄면 전원버튼을 제외한 오디오 관련 버튼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필요한 버튼만 보여줘 단순하고 깔끔하다. 파란색 LED조명이 너무 화려해 불편하다는 국산신차의 대시보드와 대조적이다.
운전석 앞의 계기반을 보면 특이한것이 눈에 띈다. 속도계의 바늘이 끝부분만 남아있다. 대신 가운데 공간은 트립컴퓨터를 비롯한 디지털 스크린으로 채워졌다. 연비, 주행가능거리, 변속기위치 등 각종 정보가 표시된다.
핸들을 살펴보면 C230 아방가르드가 C클래스의 다른모델과 차별되는것이 눈에 띈다. 핸들 뒷편에 손가락으로 변속할 수 있는 ‘팁트로닉 버튼’이 장착됐다. 편하게 핸들을 잡은 상태에서 말그대로 ‘손가락만 까딱’하면 주행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엄지손가락으로 오디오와 트립컴퓨터를 작동하고 전화를 받는다. 검지손가락으로 팁트로닉스를 이용해 변속한다. 공조장치는 자동으로 동작하니 실제 주행에 다른것을 만질 이유는 없다. 운전에 집중하도록 정돈된 것이다.
아방가르드 모델에는 한글화된 내비게이션이 장착됐다. 하지만 부족한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4~50만원대의 애프터마켓 내비게이션이 급격히 발전하는것도 영향이겠지만 기본적으로 터치스크린에 익숙한 국내 사용자들에게 리모콘으로 경로입력을 하는 방식은 너무나 생소하다. 또한 엘레강스 모델에는 장착되지 않아 4천600만원이나 주고 산 차에 내비게이션은 없다.
아방가르드와 엘레강스의 차이점이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과 내비게이션 장착 유무로 간단하게 정리되는 이상 7백만원의 가격차이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내비게이션이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C230아방가르드는 5천950만원이다. 100km도달시간, 연비를 운운하기전에 차값부터 적지않다. 이정도 가격이라면 제네시스 풀옵션도 고려해 볼 만하고 아우디의 A6도 고려할만 하다. 넓고 편한 세단을 문제없이 고를 수 있는 가격이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C230을 시승하면서 큰차가 비싸다는 공식은 이제 깨질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넓고 편한 세단을 포기하고 작은 벤츠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콤팩트한 차체에서 뿜어내는 성능과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인의 C클래스를 타보면 작은차가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지 알게될 것이다.
<경향닷컴|이다일기자 crodail@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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